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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이 마모루(押井守)의 아바론(アヴァロン, 2001): 리뷰

아바론(アヴァロン)

아바론(アヴァロン)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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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제목인「아바론(アヴァロン)」 이란 단어를 살펴보면, 그것은 영국 아더왕의 전설을 오리지널로 하는 롤플레잉(RPG) 게임을 지칭하며, 감독 오시이 마모루씨는 게임 속 주인공이 죽어도 다시 부활가능 한, 죽음과 생명의 순환을 나타낸다고 한다. 더불어 영국 엑스칼리버 전설 속에선 아더왕이 모드레드와의 마지막 전쟁 이후 잠들었던 곳을 지칭하기도 한다.

 영화의 전체적 줄거리는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영화 속 애쉬(Ash)의 활동 공간은 결여된 현실을 나타내는데, 그 예로써 생동감을 주는 일반 컬러 톤이 아닌 모노톤으로 묘사된 공간과, 지하철 안의 누구도 애쉬(Ash)를 객체로써 인지 하지 않는 점 등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개밥을(?) 먹고 살지만 애쉬(Ash)의 애완견은 우리가 먹는 밥다운(?) 밥을 먹고, 애쉬(Ash)가 아바론(Avalon)의 마지막 클래스 SA에 접속했을 때, 그곳의 공간 표현은 단조롭고 결여된 모노톤을 벗어난 컬러 톤이며, 지하철에서의 어린 아이는 그녀를 개체로써 인지한다.

 위의 상반된 묘사는 애쉬(Ash)가 자신이 속한 현실 속에서는 어떠한 삶의 의미도 찾고 있지 못하며, 단지 사랑하는 애완견 – 오시이 마모루의 실제 애완견 이라죠 – 과 리얼타임시뮬레이션(RTS) 게임 아바론(Avalon)속에서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스트 신에서 장중한 음악 ‘Voyage to AVALON’과 함께 머피(Murphy)를 만나게 되는 애쉬(Ash). 클래스 SA 레벨을 클리어 하기 위해 애쉬(Ash)는 머피(Murphy)를 총으로 사살하게 된다. 이때 그녀는 머피(Murphy)로부터 “현실과 상상에 현혹되지 말라” 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그는 1차로 붉은 피를 2차로 전자기(?)를 뿌리며 죽어간다.

 머피(Murphy)의 마지막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컬러톤의 클래스 SA가 현실이며, 모노톤의 애쉬가 알고 있는 현실은 상상이란 말인가? 그렇기에 그는 1차로 붉은 피를 흘렸고, 2차로 게임상의 죽음인 전자기를 뿌렸던 것일까? 이런 괴리감에 빠진 애쉬(Ash)는 성당으로 들어선다.

 성당에선 또 다른 클래스(Class)의 존재를 알리는 천사 – 모습으로는 천사의 모습이나 표정으로는 악마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 가 등장하고, 애쉬(Ash)가 그녀 혹은 그를 총으로 쏘면서 영화는 우리들에게 “「아바론(アヴァロン)」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멘트를 뿌리면서 EXIT 된다.

 이 마지막 부분은 애쉬(Ash)의 현실(現實)이 모노톤의 현재 세상이 아닌 컬러 톤의 클래스SA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동시에, 영화를 관람하는 우리들에게 그대들의 세상이 정말 현실(現實)인가? 라고 묻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것은 장자(莊子)의 재물론(齎物論)에 등장하는 호접몽(胡蝶夢)의 개념과 일맥상통하는데, 호접몽(胡蝶夢)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중국의 장주(莊周)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즐겁게 놀았다는 고사이다. 즉, 「아바론(アヴァロン)」에서의 꿈은 애쉬(Ash)가 현실이라고 알고 있는 현재가 되며, 꿈속의 나비가 된 장주(莊周)는 클래스 SA 속의 애쉬(Ash)로 나타나고 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오시이 마모루(押井守)씨의 이전 작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攻殻機動隊-)」의 실사 같은 애니메이션을 통한 쿠사나기 모토코(草薙素子)의 자아 찾기와 실사이지만 애니메이션 같은 「아바론(アヴァロン)」의 자아 찾기를 통해,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의 경계의 모호함을 실현 함으로써 자아(自我)와 외물(外物)의 구별이 없는 세계를 표현한 것은 아닐까 싶다.

 역시, 이런 난해함으로 「아바론(アヴァロン)」은 대중화 될 수는 없는 영화이겠지만, 무언가 여운을 진하게 남기는 대작이 아닐까 싶다. 눈과 귀로 즐기며 보는 영화가 있다면 이와 같이 사고하며 느끼는 영화가 있는 게 아닐지. 별도로 작년 – 2002년 – 에 호접몽(胡蝶夢)이라는 같은 개념으로 개봉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게는 검정색 양복을 입고 흰 국화꽃을 드리고 싶다.

참고 자료
오시이 마모루 공식 사이트
아바론(アヴァロン)의 오시이 마모루 기자회견
Production I.G

관련 링크
IMDb | JM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