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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2010: 리뷰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영화 리뷰
 주의! 이하 글에는 스포일러spoiler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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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을 접한 적 없고, backbone이 되는 대동계 역시 선지식이 없던 터라 별 기대 없이 감상을 했습니다만, 황정민씨의 능청스러운 봉사연기와 한지혜씨의 한복 입은 모습이 아름다웠다는 것을 제외하곤 기대 이하였습니다. 문제는 storytelling으로 보입니다.

 예컨대, 황처사는 anti 이몽학만을 외쳤을 뿐, 대동계의 본질을 지켜야 하는 이유와 대안이 없었고, 이몽학의 사상이 왜 위험한지에 대한 언급이 부족했다고 보입니다.

 이몽학은 이상을 향해 파멸로 치닫는 형태를 보여주는데, 극중에선 풍자된 당쟁의 모습과 백지가 견자에게 “넌 꿈이 없잖아”라고 말하는 대사, 그와 황처사의 대결 후 “난 이 꿈을 깨고 싶지 않소”라는 대사만으로는, 그가 변절하면서까지 파멸로 내달았던 이유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합니다.

 삼인칭 목격자 시점으로 보이는 견자는 이몽학의 발자취를 쫓기 위해 황처사와 동행 하면서, 그들(황처사와 이몽학)이 논하는 세상을 관객에게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로 생각되나, 그런 것은 그닥 하지 않고, Jedi Master를 쫓아 각성하는 Jedi의 모습만을 보여줍니다. 속성速成 학원 3개월 끊으셨나 봅니다. 그려. 끌끌.

 정리하면, 대동계의 본질이 무엇이며 무엇이 당시의 백성을 위한 것인가라는 대주제 아래 황처사와 이몽학의 사상이 첨예先鋭하게 대립되고, 견자는 참관인으로서, 그들의 모습을 그려주었으면 어떠했을까 싶습니다. 극중 컨셉트도 이러한 듯 한데 짜임새가 부족해서 이렇게 보이지가 않더군요.

사족(蛇足): (1) 왜(倭) 군사들의 갑옷은 고증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더군요. (2) 황처사의 모습에서 자토이치座頭市가 보이더군요. (3)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화 되는 ‘이끼’도 이상을 쫓는 얘기인데 강우성 감독의 족적을 보건 데 심히 우려됩니다. (4) 이준익 감독의 영화는 ‘황산벌’,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 이번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이렇게 4편을 봤는데, ‘라디오 스타’를 제외하곤 모두 기대 이하였습니다. 이런 생각이 다시금 굳어지네요. 감상평을 잘 안쓰는데 타 커뮤니티에 적은 글이 아까워 재정리하여 올립니다.

 혹시 반대되는 생각을 가지셨다면 개인의 평가이니 다양성의 하나라고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억에 남는 대사

황처사: 몽학아 한양가지 마라.

이몽학: 우리 같이 살자고 꾼 꿈이 이 길 아니오.

황처사: 아니오, 아니오! 이건 다 같이 죽는 꿈이오!

이몽학: 난 이 꿈을 깨고 싶지 않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