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아키라(黒澤明)의 란(乱: Ran, 1985): Snapshot

란(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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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데토라(秀虎): 나, 이치몬지 히데토라는 저 아득한 산속의 작은 성에서 태어났다. 그 당시 크고 작은 가문끼리 수많은 싸움이 난무하고 있었다. 17살 때 이 히데토라는 그 작은 성에 깃발을 내걸고, 오십 수년이 흐르는 동안 그 땅을 지키기 위해 싸워 마침내 이치몬지 가문의 기장을 휘날리게 되었다.

 그 후에도 쉬지 않고 싸우는 동안 여기 계신 두 분과도 격렬한 전투를 했다. 이제는 이 두 분과 결속을 다지고 군마를 쉬게 할 때가 왔다. 하지만 이 노쇠한 히데토라도 벌써 70살! 그리하여 오늘 선언 하건데 장남인 타로가 내 뒤를 이어, 우리 가문을 이끌도록 한다!

 가신: 성주님! 이렇게 갑자기!

 히데토라(秀虎): 오랫동안 곰곰이 생각해서 내린 결정일세, 언젠가 이 히데토라는 물러나고 젊은이들에게 가문을 맡길 때가 올 거란 걸 알고 있었다. 모두들 잘 들어라. 그 때가 온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겠다. 이제부터 타로는 이치몬지 가와 그에 속한 영토의 주인임을 선포한다!

 나는 타로에게 첫째 성을 넘겨주고 외곽에 거주할 것이다. 30명의 호위대를 거느릴 것이며, 성주의 칭호와 기장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타로는 영토와 군대에 대한 전권을 갖는다. 이 명을 모두 따를지어다!

 지로(次郎):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 둘 지로와 사부로에게는 어떤 명을 내리시렵니까?

 히데토라(秀虎): 지로와 사부로에게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성과 거기에 속한 땅을 주겠다. 두 성을 더욱 보강하고 타로를 도와야 한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성을 손님으로 돌아다니면서 나는 여생을 즐기고 싶구나.

 사부로(三郎): 늙는 게 이런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