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寝ながら学べる構造主義)
목적: 구조주의(Structuralism)의 이해
제4장 바르트와 『글쓰기의 영도(Le Degré zéro de l’ériture)』
‘객관적인 언어 사용’ 이 패권을 쥔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작업은 ‘기호학’ 이라는 명칭으로 정리하고 포괄할 수 있습니다. ‘기호(signe)’ 라는 것은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가 정의하고 사용하기 시작한 학술용어입니다.
– 징후(indice)
‘하늘 가득한 검은 구름’ 은 ‘폭풍’ 의 ‘표시’ 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소쉬르의 정의대로 하면 기호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하늘 가득한 검은 구름’ 과 ‘폭풍’ 사이에는 자연적인 인과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징후(indice)’ 라고 부릅니다.
– 상징(symbole)
화장실의 입구에는 그곳이 신사용임을 보여주는 표시가 있습니다. ‘어떤 표시가 무엇인가를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역시 ‘기호’ 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이것은 상징(symbole) 이라고 부릅니다. 상징과 기호는 닮았지만 다른 것입니다. ‘상징’ 은 그것이 지시하는 것과 크든 작든 어떤 현실적인 연상으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 기호(signe)
화장실 문 앞에 걸린 ‘신사용’ 이라는 문자는 기호입니다. 이 문자와 ‘남성은 여기서 배설을 한다’ 라는 생활 습관 사이에는 ‘인위적인 약속’ 이외에 그 어떤 자연적인 결합이 없습니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기호라는 것은 어느 사회집단이 인위적으로 약속한 ‘표시와 의미의 결합’ 입니다. ‘표시’ 와 ‘의미’ 사이에는 어떠한 자연적・내재적 관계도 없습니다. 거기에 있는 것은 순전히 ‘①의미하는 것‘ 과 ‘②의미되는 것‘ 의 기능적 관계뿐입니다.
주(註): ① 시니피앙(signifiant). ②시니피에(signifié).
– 기호의 전개(展開)
이렇게 소쉬르가 예언한 기호학을 실제로 전개시키고 문학 텍스트, 영화, 무용, 종교의식, 재판, 패션, 자동차, 유행, 광고, 음악, 요리, 스포츠 등 눈에 들어오는 모든 문화 현상을 ‘기호’ 로서 읽고 해석한 것이 롤랑 바르트였습니다.
– 랑그(langue), 스틸(style), 에크리튀르(écriture) 보이지 않는 규칙
우리가 모국어를 즐겁고 자유롭게 쓰고 있다고 믿을 때에도 언어는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어던 보이지 않는 규칙에 따라 운용됩니다. 바르트는 이 보이지 않는 규칙에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①랑그(langue)‘ 와 ‘②스틸(style)‘ 입니다.
①랑그라는 것은 우선 ‘국어’ 입니다. 바르트의 정의를 빌리면 ‘어느 시대의 글을 쓰는 사람 전원에 의해 공유되는 규칙과 습관의 집합체’ 입니다.
②’쓰는 사람의 영광, 뇌옥, 고독’ 인 이 개인적이고 생래적인 언어 감각을 ‘스틸’ 입니다.
③바르트는 이들 외에 제3의 규제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이 ‘에크리튀르(écriture)’ 입니다. 바르트는 ‘어법(langage)’ 이라는 말을 ‘에크리튀르’ 와 거의 비슷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기가 속한 집단이나 사회적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 ‘지역적인 언어 사용’ 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일단 어떤 어법을 선택한 순간 자기가 선택한 어법이 강요하는 ‘형태’ 로 말하게 됩니다.
– 도그마(dogma)
여기서 바르트가 경고하고 있는 것은 특히 ‘어떤 집단 고유의 에크리튀르’ 라고 특정하기 어려운, 지나치게 넓은 범위를 지닌 어법이 지닌 위험성입니다.
’징후가 없는 언어 사용’ 이 바로 ‘패권을 쥔 어법’ 입니다. 그 어법은 그 사회의 ‘객관적인 언어 사용’ 입니다. 즉 어떤 주관적인 의견이나 개인적인 인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개인의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은 가치중립적인 의미에서 사용하는 언어 사용을 말합니다. 바르트는 이처럼 가치중립적으로 보이는 어법이 포함한 ‘예단’ 과 ‘편견’ 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가치중립적인 어법 속에 그 사회집단 전원이 무의식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깃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 동화(同化) 그리고 비평(批評)
우리는 (자기가 누구인지를 잊고) 쉽게 텍스트를 지배하고 있는 주인공의 견해에 동화됩니다. 그것이 현실에서 나와 적대적인 인물이나 나를 억압하는 인물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인간이란 이런 존재입니다. 일상적인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확고한 견해를 가진 인간으로 텍스트를 읽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를 ‘그 텍스트를 읽을 수 있는 주체’ 로 형성합니다.
텍스트와 독자 사이에 이처럼 ‘얽힌’ 구조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비평의 기본원리로 제시한 것이 바르트가 텍스트 이론가로서 남긴 가장 큰 업적입니다.
독자의 탄생과 저자의 죽음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것’ 을 특별히 정하는 일이 원리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 비평가들은 어쩔 수 없이 저자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말한 것’ 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저자의 가정환경, 유아 때의 체험, 독서 경험, 정치적 사상, 종교, 병과 질환, 성적 기호 등에서 작품의 ‘비밀’ 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것은 독해를 통해 저자가 글을 쓰게 된 동기를 낳은 ‘초기 조건’ 을 파고드는 일입니다. 그것을 정확하게 알아내어 작품의 성립에 대해 설명할 수 있으면 비평가의 승리, 저자의 ‘비밀’ 을 손에 넣지 못하면 패배하는 것이지요.
바르트는 근대비평의 이러한 원칙을 밀어냅니다. 그는 텍스트가 생성하는 과정에 ‘기원=초기 조건’ 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르트는 이 말을 하기 위해 ‘작품’ 이라는 말을 피하고 ‘텍스트’ 라는 말을 골랐습니다. ‘텍스트(texte)’ 란 ‘직조된 것(tissu)’ 입니다.
이 ‘직조물’ 은 다양한 곳으로부터 모인 다양한 요소로 채워져 있습니다. 한편의 텍스트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주제나 문체, 원고 매수, 동시대적인 사건, 다른 텍스트에 대한 의식과 경합 등 이런 각각의 것들은 고유의 행동을 합니다. 그러나 그것들이 얽혀 어느새 ‘텍스처(texture)’ 가 직조됩니다. 이를 생각해볼 때 ‘저자는 무엇을 표현하기 위해 이것을 직조했는가?’ 라고 한정적으로 묻는 것은 별로 의미 있는 일은 아니겠지요?
텍스트는 수많은 문화에서 온 복합적인 글쓰기들(에크리튀르)로 이루어져 서로 대화하고 풍자하고 반박한다. 그러나 이런 다양성이집결되는 한 장소가 있는데 그 장소는 지금까지 말해온 것처럼 저자가 아닌 바로 독자이다. 독자는 글쓰기를 이루는 모든 인용들이 하나도 상실됨 없이 기재되는 공간이다. 텍스트의 통일성은 그 기원이 아닌 목적지에 있다. 그러나 이 목적지는 더 이상 개인적인 것일 수는 없다. (중략) 독자의 탄생은 저자의 죽음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 『텍스트의 즐거움(Le Plasir du texte, 1973)』中 발췌
‘순수한 언어’ 라는 불가능한 꿈
바르트가 탐구한 것은 ‘어법의 각인이 찍힌 질서에 대한 어떤 노예적 복종에서 해방된 순수한 에크리튀르’, 즉 아무 것도 주장하지 않고 아무 것도 부정하지 않고 그저 거기에 우뚝 서 있는 순수한 언어라는 불가능한 꿈이었습니다.
에크리튀르의 영도, 순수한 에크리튀르란 희망・금지・명령・판단 등 말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개입이 전혀 없는 ‘순백의 에크리튀르를 가리킵니다. 이것이 바르트가 평생에 걸쳐 추구한 언어의 꿈이었습니다.
’이미 네 시/ 나는 아홉 번 일어났다/ 달을 사랑하기 위해.’ 주석자는 이 구절을 이렇게 해석한다. ‘달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시인은 몇 번 일어나 창 너머로 달을 바라본다.’ 라고, 암호를 해독하고 번호를 매기고 같은 말을 반복한다. 유럽의 해석 방법은 결국 이렇다. 그것은 의미를 ‘관통하고’, 의미를 강하게 삽입할 뿐이다. (중략) 따라서 유럽적인 해석은 결코 하이쿠 그 자체에 이를 수 없다. 왜냐하면 하이쿠를 읽는다는 것은 언어에 대해 욕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중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기호의 제국(L’Empire des signes, 1970)』中 발췌
사족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는 징후(indice), 상징(symbole) 그리고 기호(signe)의 차이를 통해서 의 기호학을 개괄.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랑그(langue), 스틸(style), 에크리튀르(écriture)의 보이지 않는 규칙을 통해서 도그마와 동화의 위험성을 도출하고 비평의 기본원리를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바르트는 동양의 선(禪)을 추구했던 것일까? 카오스 ➣ 패턴 ➣ 패턴 이탈 ➣ 열반?
인물 설명
–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1915-1980. フランスの批評家。構造主義の立場から、文学・言語・芸術など広範な分野で先鋭的な批評活動を展開。著「零度のエクリチュール」「モードの体系」「文学の記号学」。
용어 설명
– 기호론(記号論)
《semiotics/semiology》일반적으로 기호라고 일컬어지는 것의 본질(本質)・본연의 모습・기능(機能)을 탐구하는 학문. 미국(米国)의 찰스 샌더스 퍼스(Charles Sanders Peirce)와 스위스(Suisse)의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에 의해 시작되어, 논리학(論理学)・언어학(言語学)・인류학(人類学)・예술(芸術) 등과 연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