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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and Film.

옷소매 붉은 끝동

 영조: “멀리 떠나시게. 가서 편히 살아. 자네가 어떤 죄를 지었든 간에 내 앞에서 죽는 것만은 보고 싶지 않아. 떠나시게”

 제조 상궁: “은혜를 베풀 재주나 남으셨습니까? 신하들이 전하의 명을 듣기나 하는지요? 늙고 병들고 노망까지 든 노인 주제에 거들먹거리는 재주는 확실히 남으셨습니다.”

 ”이제 와 성은을 베푸시옵니까? 그토록 기다렸을 때는 내리시지도 않던 성은을, 수없이 많은 밤들을 전하를 기다리며 지새웠지요. 혹시나 옛 약조를 기억하며 찾아오실까 봐, 언제나 아침은 밝아오고 늘 깨닫곤 했답니다. 궁녀가 임금을 사모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전하는 늘 제게서 받아 가시기만 하셨지요. 한 번쯤은, 저를 위해 내어주시겠습니까?”

 영조: “무엇을 말인가?”

 제조 상궁: “글쎄요. 무엇일까요? 진심 어린 눈물.”

(영조의 조용한 웃음)

(칼 뽑는 소리)

 영조: “이보시게!”

 제조 상궁: “사실 궁에서 죽을 수 있는 방도는 참으로 많습니다. 보십시오. 소인도 하나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영조: “하지 마! 그러지 마!”

 제조 상궁: “임금의 약조를 믿기에는 제가 너무 약아졌지요. 전하의 진심을 믿기에는 제가 너무 지쳤습니다.”

(자결한다)

 영조 “이보시게! 이 사람아! 내가 살려준다고 했잖아, 이 사람아. 임금인 내가 살려준다는데. 이 사람아… 내, 내가 그렇게 미웠어? 그렇게 한이 맺혔어? 이 사람아… 무슨 여자가 이렇게 독해. 왜 이렇게 모질어, 이 사람아…”